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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진선인(2006-02-27 09:57:43, 번호: 996, 조회: 8795)
''국가 대전략'' 있는가
[세계포럼]''국가 대전략'' 있는가

남북한과 재외 교민을 합쳐 7000만명의 인구와 22만㎢의 좁은 땅덩어리는 강대국의 조건에 미흡하다. 무역 11위에 첨단의 생명공학(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이라 해도 역부족이다. 잘해야 강소국(强小國)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 시스템과 정치지도자들의 의식 수준으로는 벨기에,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3국 같은 강소국도 요원하다. 국가 차원의 ‘대전략(Grand Design)’이 미숙하고 그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짜는 두뇌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통합적·미래지향적인 인식체계보다는, 이상하게도 극단으로 흐르는 이데올로기와 감정주의에 매몰된 국민성만 부각된다. 반미와 친미, 사대주의와 쇼비니즘적인 민족주의 같은 이항 대립체계의 인식구조는 되레 강국이 되는 악조건일 뿐이다.

일부 민족주의 성향의 학자들과 선지자들이 ‘황백(黃白) 대전환’과 ‘팍스 코리아나’를 말하나, 주변 강국들이 웃을 일이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21세기의 세계 중심을 중국으로 꼽으며 ‘팍스 차이나’를 지목할 때, 한국은 일제 강점기 이후 ‘동방의 등불’이라는 타고르의 동정 시(詩)에 자족하는 저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1000회에 가까운 외침 속에 주변과의 역학관계를 숨죽이며 살펴야만 생존이 가능했던 우리에게 카타르시스가 있었다면 88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하나 더 보탠다면 황우석의 맞춤형 줄기세포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앞의 두 스포츠는 그 모멘텀을 살리지 못한 일시적 현상에 그쳤고, 줄기세포는 허위 논란에 절망감을 안겨줬다. 돌이켜 보면 1988년 3월은 태양이 80만년 주기의 소은하계를 다시 출발하는 우주적인 순간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 같은 천문과 지리의 특이현상은 치세(治世)에 응용되곤 했지만, 행운은 보리 깜부기 같은 안목을 스쳐지나 가고 말았다.

한민족은 복 많은 종족임에도 기회 포착에 참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웬만한 산골짜기와 강에 얽힌 흔한 전설도 독일에서는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과 처녀 뱃사공을 화려한 전설로 부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백제의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진한 사랑에 비기겠는가. 그러나 문학의 그랜드 디자이너 셰익스피어는 그걸 세계적인 러브 스토리로 만들었다. 일본 사무라이의 화려하고 용솟음치는 듯한 복장은 원래는 형편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양미술을 전공한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감독이 ‘7인의 사무라이’ 등을 통해 엄청나게 미화함으로써 지금의 이미지가 각인된 것이다.

없는 걸 날조해서야 안 되겠지만, 있는 것도 포장 못 하는 우리다. 각색은 고사하고 아예 깎아내리는 못된 노예근성마저 엿보이니 슬픈 일이다. 걸핏하면 여야, 좌우, 흑백을 따지고, 그래야만 능력가로 인정받고 직성이 풀리는 풍토다. 흑백만 아는 색맹은 절대로 7색 무지개를 못 본다.

그래도 간간이 ‘침팬지 Y염색체 완전 해독’ ‘중성미자 무게 검증’ 등 희망의 메시지가 불을 밝히는 과학계에서 들려온다. 언젠가 지자기(地磁氣)를 이용한 에너지 혁명, 반(反)중력과 공중부양 같은 인류 구원의 발견·발명이 한국인의 두뇌에서 나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딱히 과학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를 통합하는 제3의 경제학 같은 인문사회 분야에서의 희소식도 기다려진다.

사회주의 중국이 사회과학원생들에게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달달 외우게 하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우리에겐 그 보다 더 오래된, 우주의 원리를 81자로 압축한 ‘천부경(天符經)’이 있건만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국가와 정치지도자가 할 일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국가 대전략을 짜는 것이다. 국민의 사고체계를 무한 확장시키고 인재를 키울 때 강소국은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조민호 논설위원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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