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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天

　

　
글쓴이 :적선자(2005-05-27 15:51:57, 번호: 870, 조회: 7026)
기(氣)-21세기와의 만남
仙 道

氣＝無限

이규행 / 언론인, 현묘학회장

‘氣’라는 글자는 구름기운을 나타내는 邦밑에 쌀을 나타내는 米 자를 받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쌀로 밥을 지을 때에 끓으면서 증발하는 증기를 뜻한다는 이야기이다. 증기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된다고 해서 氣는 순환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그런데 전통 선도에서는 그렇게 풀이하지 않는다. 또 그런 풀이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선도에서는 구름기운을 뜻하는 邦(기)라는 글자를 하늘기운과 같은 것으로 풀이한다. 뿐만 아니라 邦(기)밑의 米(미)자를 쌀로 보지 않고 빛을 나타내는 형태(米)로 풀이한다. 말하자면 하늘기운(邦)과 빛(米)이 일체를 이룬 것이 氣라는 이야기이다.

쌀로 밥을 지을 때 증발하는 氣라는 뜻과 하늘기운과 빛을 나타내는 氣라는 뜻 사이에는 그야말로 천양지차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米’라는 글자의 字源을 살펴보면 그것이 빛[光]의 존재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는 장소를 나타내는 十자에 쌀알이 사방으로 흐트러진 모양의 글자꼴이지만 쌀의 존재는 자연과 빛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빛을 나타내는 ‘光’이라는 글자와 米와는 관련성을 말하는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光’이라는 글자는 氣가 내포하고 있는 ‘빛’이라는 뜻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광’은 (火 字의 변형)와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꼴)의 합성인데 이 글자가 지니는 참뜻은 사람(人)이 치켜든 횃불(火)이 밝게 비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氣라는 글자의 선도적인 풀이인 하늘빛과 하늘기운은 횃불의 빛으로는 짐작할 수도 어림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할 밖에 없다.

흔히 선도라든가 氣이야기를 하면 노자나 장자를 들먹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 것 같다. 그러나 노자의 《도덕경》에는 氣라는 말이 세 차례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도덕경》은 모두 81장, 5천 글자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 가운데 氣라는 글자가 의외로 적다는 것은 어쩌면 놀라운 일인지도 모른다.

《도덕경》 제10장에 보면 專氣致柔 能祿兒乎전기지유 능영아호, 즉 “기를 오로지함으로써 부드러움을 이루어 갓난아기처럼 될 수 있는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기를 오로지한다[專氣]는 말은 몸 안의 정기를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것을 도가적으로 표현한다면 養氣, 즉 기를 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기를 하면 마음과 몸이 더할 수 없이 부드러워져 마치 갓난아기 때 같은 생생함이 생긴다고 노자는 보았던 것이다.

《도덕경》에 나오는 氣에 관한 두 번째 대목은 제42장에 적혀 있다. 態氣以爲和, 즉 충기로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여기서 충기란 허무의 기운을 말한다. 그런데 허무의 기운이란 아무것도 없는 빈탕이란 뜻이 아니라 텅 비어 가득 차 있는 기운이라고 일컬어진다.

이 충기라는 말의 앞 대목은 도덕경을 상징하는 글귀라고도 할 수 있는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이 나온다. 풀이하면 “한얼[道]이 太極, 즉 하나를 낳고 태극이 陰陽을 낳고 음양이 天地人의 셋을 낳고 셋에서 만물이 나온다. 만물은 음을 짊어지고 양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보면 텅 비어 가득 차 있는 기운인 충기는 안으로 陰氣와 陽氣를 가진 이른바 沖和된 氣를 말하는 것이며, 그것으로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의 생각인 셈이다.

《도덕경》에 나오는 氣에 관한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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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는 것은 氣를 운용하는 것이며 우주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대목은 제55장의 心使氣曰强이다. 풀이하면 “마음이 기를 부리는 것을 일컬어 강이라고 한다”이다. 도대체 마음이 기를 부린다는 게 무슨 뜻인가. 마음이란 욕심과 통하는 것인데 욕심이 생명의 바탕을 이루는 정기를 부린다는 뜻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음양의 조화에 무리가 와서 심신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이런 상태를 ‘强’이라 하는데 강은 道가 아닌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氣를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고 이다. 하나는 인간의 생명에너지로서의 氣이고 또 하나는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우주에너지로서의 氣이다. 전자를 말하는 것이 제10장과 제55장이고 후자를 말하는 것이 제42장의 내용인 셈이다.

비록 노자의 氣에 대한 인식의 일단이 《도덕경》에 보이기는 했지만 仙道의 측면에서 본다면 노자가 그 鼻祖비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도덕경의 어느구석에도 仙人이나 神仙 또는 선도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上代文獻상대문헌에도 신선이나 선인의 說이 없다. 12經인 詩, 書, 易, 禮, 春秋, 論語, 孟子, 周禮, 孝經, 中庸, 大學 등에는 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이른바 춘추시대까지도 없었고 《장자》에 비로소 선인, 신인설이 비치고 《楚辭》에 그것이 나온다. 이때는 시기적으로 전국시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그것은 이른바 선도가 중국에서 시원을 이룬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 준다. 《抱朴子》에 보면 중국의 黃帝가 靑邱를 지나다가 風山에 이르러 紫府眞人에게서 三皇內文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황제가 옛 배달땅의 자부진인에게서 선도의 전수를 받았다는 것을 전해주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우리의 전통선도에서는 자부진인을 檀君과 脈을 잇는 중요한 인물로 손꼽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문헌에서도 단군을 仙人이라고 적고 있다. 단군을 聖人이라고 이름하지 않고 선인이라고 부른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선인과 성인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인이 속세의 사람인데 비해 선인은 非俗의 사람인 것이다.

전통선도에서는 《天符經》을 으뜸가는 경전으로 여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원리를 밝힌 《천부경》은 모두 81자로 이루어져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천부경》 81자와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대비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一始無始一로 시작해서 一終無終一로 끝나는 천부경은 온통 氣 자체를 풀이해주는 最上乘의 법문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일시무시일은 “하나의 비롯[一始]과 비롯 없음[無始]이 하나[一]”임을 말해주고 일종무종일은 “하나의 마침[一終]과 마침 없음[無終]도 하나”임을 뜻한다. 이것은 우주에 가득 찬 氣가 無始無終, 즉 시작도 없고 그침도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전통선도에서는 《천부경》과 함께 《三一神誥》와 《參佺戒經》을 긴요한 수련지침서로 삼는다. 《삼일신고》는 모두 366자로 이루어진 경전이고 《참전계경》은 인간사를 366개의 장으로 나누어 가르침을 주고 있다. 여기서 366이라는 숫자는 氣의 측면에서 천지순환의 이치와 사람 몸의 운행이 일치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천부경》이나 《삼일신고》를 보면 우리의 선인들이 氣의 측면에서 하늘과 사람이 하나임을 믿었고,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을 인식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노자와 장자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천동설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에 비추어 크게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천동설의 전통은 오늘날의 중국 기공에 그대로 맥맥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 나라의 아류 선도가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동설의 입장에서도 물론 氣를 천지의 근원을 이루는 에너지로 보고 있다. 이것은 지동설적인 입장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氣를 초능력과 연관시킨다든지 ‘盛氣’니 ‘衰氣’니 하는 도가적인 인식은 영락없는 천동설이다. ‘성기’라는 것은 氣가 모여 왕성해진다는 뜻이고 ‘쇠기’란 氣가 흩어지면 기울어진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기공에서는 몸 안에 氣를 모으라고 가르치고 배꼽 밑 下丹田에 기를 모아 절대로 漏氣루기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氣를 흡수한다든지, 그 氣를 몸 속에 충전하여 남의 병을 치료하는 데 쓰는 비법(?)을 가르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런 기공적인 사고방식은 결국 氣가 천지에 충만하다고 말하면서도 氣유한론으로 귀착되고 만다. 남에게 자기의 氣를 주면 損氣가 되고 남의 氣를 흡수하면 益氣가 된다는 것은 그 같은 氣유한론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오늘날의 중국 기공에서는 氣를 유물론적으로 보고 있다. 氣라는 글자를 옛날의 ‘氣’로부터 簡字體간자체의 ‘’로 바꾼 것도 그 한 가닥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긴 기공이란 말을 사용한 것부터가 유물론적 바탕에서 우러나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본래 선도에서도 그렇거니와 도가에서도 기공이란 말은 없었다. 따라서 쓰이지도 않았다. 옛날에는 수련이라든가 吐納토납, 導引도인, 養生양생이란 말이 쓰였다. 기공이란 말은 중국 대륙이 사회주의 국가로 된 다음인 1953년부터 쓰였다. 종래의 氣개념이 지닌 물심양면적인 것에서 ‘심’을 배제한 것이 기공이다. 이것은 유심론을 배격하고 유물론을 숭상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만든 조어인 셈이다. 유물론이나 물질중심적인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물질유한론으로 귀결되며 그런 이론적 바탕이 계급투쟁론으로 발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하다.

그러나 실제로 氣란 그런 것이 아니다. 《천부경》에서 말한 대로 氣란 ‘비롯’도 없고 ‘끝’도 없이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우주 자체만 하더라도 천동설에서 보는 것처럼 유한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 그 자체이다.

《천부경》은 모든 것을 ‘하나’라고 했다. 여기서 ‘하나’는 ‘한얼’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始’와 ‘終’이 없는 그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동시에 ‘하나’는 우주가 질적으로 균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주란 어떤 한 점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하늘과 땅 전후좌우 어느 쪽으로도 무한하게 펼쳐진다. 거기에서는 어떤 한 점을 취하든간에 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하고 아무런 편재도 있을 수 없다.

사람의 氣도 마찬가지다. 사람 몸 안의 氣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氣는 우주의 氣의 부분이고 무한한 존재이다. 그것은 쉼 없이 사람 몸 안을 돌고 사람 몸의 안팎을 넘나드는 것이다. 하늘의 氣가 사람의 氣이고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전통선도에서는 氣가 나가는 것을 결코 損氣라고 보지 않는다. 氣가 나가면 그 자리에 새로운 氣로 채워지는 것이 우주의 이치로 보기때문이다. 비우면 비울수록 채워지고 천지기운의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기공에서는 기를 몸 안에 가두는 것을 양생의 으뜸으로 여긴다. 이것은 수련자에게 이기적인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 중국 기공이 유물적이고 이기적으로 흐르는 데는 이런 원천적 이유가 있다. 이것이 도가적인 뿌리에서 나온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의 선도는 이타적인 것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은 바로 그 이타적인 것의 극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군이 말하는 홍익인간의 참뜻은 ‘性通功完성통공완’한 인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성통공완이란 氣수련의 최고단계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단계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氣를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비우고 베풂으로서 이루어지는 깨달음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숨을 쉰다는 것, 그것은 氣를 운용하는 것이며, 우주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숨은 생명이고 그것은 동시에 우주에너지이다. 과학자들은 氣를 우주에 가득 찬 無限小의 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다. 그 무한소의 에너지는 아직도 완전히 확인 또는 확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과학적인 것이 氣인 양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선진국의 동향을 살펴보면 비단 인체의 氣뿐만 아니라 우주에너지로서의 氣의 실체를 밝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氣를 연구하는 이들의 입에서 ‘비과학적’인 것이 ‘과학’이고 ‘과학적’인 것이 ‘비과학’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전통 선도와 현대 첨단과학의 氣인식이 일치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월간 에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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