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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 주인 이대곤 | (2005-05-24 20:37:23, 번호: 868, 조회: 8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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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경의 이해 |
천부경의 이해
1. 들어가는 말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는 온갖 외래 문화가 만개하면서 민족문화의 정체성 문제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나라의 기둥들을 키워내는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겨레 혼의 뿌리인 국조 단군의 상이 훼손되는 불미스런 사건이 빈발하고 있으며, 국적을 알 수 없는 문화들이 단지 세계 유행의 첨단이란 명목 하에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민족 내부적으로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극심한 이념적 대립 속에서 친 혈육들이 거의 두 세대가 지나가는 50여 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이산의 아픔을 지닌 채 살아오고 있다. 이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는 실정이지만, 통일 이후에 닥치게 될 좌우익의 이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통합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진지한 토론과 연구가 미진한 편이다.
이러한 새로운 민족사적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남북의 정신적 통합과 대동단결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열쇠가 있다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우리 한민족 핏줄의 뿌리이자 정신적 구심점인 국조 단군의 위상을 올바로 정립시키고, 그 개천ㆍ개국 이념이기도 한 홍익인간ㆍ재세이화의 사상을 오늘날에 맞게 새로이 재해석하고 그 지평을 확대하는 일이라 하겠다. 바로 이러한 시대적 여건에서 옛 선조들이 홍익인간 사상의 경전으로 삼았던 천부경(天符經)에 대한 이해가 요청되는 것이다.
2. 천부경은 어떤 경전인가
천부경은 <삼일신고(三一神誥)>,<참전계경(參佺戒經)>과 함께 우리 민족의 3대 경전의 하나로서 오랜 세월동안 개인의 수행과 세상을 다스리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만세의 경전으로 알려져 왔다. 천부경은 우리 문화의 정신적, 사상적 뿌리를 이루는 원형이자, '한'철학의 경전 중 경전이라 일컫어지기도 하며, 우리 한민족만이 아니라 세계의 전 인류가 필독해야 할 유일한 천경이라고까지 극찬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평가는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천부경은 말 그대로 하늘의 이치를 담아낸 경전이란 뜻이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부터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까지 모두 81자의 한자로 기록된 세계에서 가장 짧은 경전으로서 본래는 녹도문(鹿圖文)으로 지어졌다가 신라 말 최치원에 의해 현재와 같은 한자문으로 옮겨졌다. 이 속에는 세계의 다른 어떤 경전에서도 찾기 어려운 우주만물의 참된 상(像)이 들어 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나, 경문의 많은 부분이 一부터 三까지의 숫자로 이루어진 난해성으로 인해 그간의 연구성과는 극히 미진한 편이며, 정밀한 학문적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천부경의 대강의 정신은 만유일체의 평등사상, 천인합일의 조화사상, 그리고 생명 중심의 광명사상 등을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헌에 따라 경문 81자중 몇몇 한자가 각기 음은 같으면서 뜻이 다른 글자로 씌여져 있기도 하다. 이러한 까닭에 경문의 진위성에 대해 일부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천부경이 그간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입으로 구전되어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따르면 천부경은 배달국 시대를 연 환웅천제가 무리들에게 <삼일신고(三一神誥)>라는 경전과 함께 처음 강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후 단군조선시대에도 계속해서 단군들이 강연했다는 기록들이 있으며, 고구려 시대까지 그 정신이 계승되어 왔음을 여러 기록들이 보여주고 있다. <환단고기> 이외에도 천부경의 존재와 그 어원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있다. <삼국유사> 속의 단군설화에 나오는 '천부인(天符印)'관련 이야기, 조선시대 관상감을 지낸 남사고의 <격암유록> 속의 '천부경은 진경이다'라는 구절, 정조가 구월산 삼성사를 방문했을 때 올린 치제문(致祭文) 중의 '천부보전(天符寶篆)'이란 말 등은 천부경의 지속적인 전승을 추측케 하는 문헌적 전거라 할 수 있다.
3. 천부경은 우리 민족에게만 전승되어 내려오는 민족 경전이다.
천부경에 관한 가장 많은 기록을 제공하고 있는 <환단고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천부경>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세상과 우주만물의 변화ㆍ발전의 법칙을 밝히는데 필요한 사료들만을 근거로 해서 작성된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환단고기>에 실린 사서들, 즉 <삼성기>ㆍ<단군세기>ㆍ<태백일사> 등은 특히 우리 민족의 성조인 환웅이나 단군의 제왕적 특징을 천부(天符)와 관련시키고 있으며, 백성들을 교화시키고자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가르쳤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상고시대에 있어 천부인이나 천부경을 제왕됨의 징표이자,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는 반드시 가져가야만 했던 성스런 물건이기도 하였으며,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만세의 경전으로서 그 내용에 대하여 왕이 수시로 신하들이나 백성들과 함께 논하고 강연하고 있음도 엿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천부경>은 천지만물의 이치를 담고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과 그를 보좌하는 신하, 그리고 날마다 생업을 영위하며 살아가야 할 백성 모두가 필수적으로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될 삶의 잣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환단고기>에 실린 사서들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가 이러한 신비스럽고 영험한 징표를 소지하고 있는 인물이 환웅이나 단군들의 존재라는 것이며, 그 가르침을 받고 성장ㆍ발전해온 씨알들이 우리 민족이라는 사실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짓게 만드는 일차적 특징이 바로 천부경에 있음을 추측할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진실을 겨레에게 집요하고도, 줄기차게 알리려는 목적에서 <환단고기>의 사서들이 씌여지지 않았나 추측된다. 따라서 천부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그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대로 잡을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4. 천부경 해설의 원칙과 방향
현재 천부경은 빈번한 숫자의 사용으로 인한 난해성으로 말미암아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천부경이 우리 국민 누구나 수긍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경전이 되려면, 그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과학적인 분석과 실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려면 천부경에 대한 객관적 타당성을 부여할 최소한의 해석상의 원칙과 기준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천부경 해석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려면 경문 81자와 그에 대한 관련 기록의 출처인 <환단고기>의 사서들을 일차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환단고기>는 천부경의 해설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도 풍부한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경문 81자와 관련된 <환단고기>의 기록들을 세심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천부경이 천지의 시원과 만물의 운행법칙에 관한 경전이라고 가정한다면, 해석된 결과물이 동서고금에서 밝혀진 제반 법칙과 그에 관한 기록 또는 자연현상과도 합치하는 것인지 대비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해석의 타당성을 검증 받을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들, 즉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축적해온 역사적 사실과 여러 형태의 문화 속에 그 정신과 내용이 녹아서 담겨져 있음을 예시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환역(桓易)의 해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윷놀이, 또는 윷판도와 천부경의 관련성을 밝혀내야 한다. 29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윷판도는 28수를 비롯한 천체운행의 원리는 물론이요 역(易)의 핵심 도상인 하도낙서와 8괘, 오행사상과 24절기, 60갑자(甲子) 등 거의 모든 동양의 역철학을 설명할 수 있는 도상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상은 천부경 81자와 윷판도를 관련지어 파악할 때 더욱 완벽한 해설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5. 천부경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 원방각으로 나타낸 우주만물의 참모습
최치원에 의해 한자로 번역된 천부경 81자는 정사각형의 가로ㆍ세로에 각각 9자씩 모두 81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특색있는 배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뭔가 다른 뜻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는게 아닌지 추측케 한다. 천부경 본문은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해서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끝나고 있는데, 이는 처음과 끝이 일(一)로서 이어지는 하나의 순환고리를 보여준다.
그 내용 또한 만물의 생성과 종말이란 끝없는 순환성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순환성을 적절한 도형으로 표현하자면, 원(○)이 된다. 또한 경문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천부경은 우주의 세가지 중요한 요소인 하늘(天)과 땅(地), 인간(人)이란 삼극(三極)에 관한 진리의 천명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상징적 도형으로 나타내면 삼각형(△)이 된다.
이것으로 볼 때, 천부경은 삼극(△)을 근본주제로 하면서, 그것을 나타내는 수인 3이 문화ㆍ확대되어 나타난 81(3 × 3 - 9, 9 × 9 = 81)자로 경문을 만든 뒤, 방형(方形)(□)으로 배열하고, 그것이 뜻하고자 하는 바를 순환성의 원리인 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삼극(△)이 하나(○)에서 분화되었다고 볼 때, 결국 천부경은 그 구성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 → △ → □ → ○이란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천부경에서 다루고 있는 삼극, 즉 천ㆍ지ㆍ인 역시 도상으로는 원(○)ㆍ방(□)ㆍ각(△)으로 상징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천부경>은 원ㆍ방ㆍ각의 원리가 중첩적으로 나타난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원ㆍ방ㆍ각의 중첩구조는 <천부경>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본뜻이 결국 우주만물의 끝없는 순환성과 그것이 돌아가는 원리나 근본 실체가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가르치고자 함에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경문에는 일(一)이 총 11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전체 81자중에서 무려 13.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그 다음으로 삼(三)은 8회 사용되고 있는데, 이로 볼 때 경문 전체가 일과 삼 두 글자에 대하여 극도로 편중되어 있는 기형적 특징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천부경이 일(一)과 삼(三)의 경전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용적으로 보면 전체 경문은 일차적으로 한가운데에 '운삼사성환 오칠일묘연, 만왕만래 용변부동본'으로써 부동의 본체를 중심으로 해서 순환하는 상을 나타낸 다음, 집일함삼(執一含三:하나를 집으면 셋이 들어 있다)의 뜻을 알리는 구절인 '석삼극 무진본,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일적삼거 무궤화삼,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대삼합육생칠팔구'와 그리고 회삼귀일(會三歸一:셋을 모아 하나로 돌아간다)의 뜻을 알리는 구절인 '본심본태양앙명 인중천지일'로 이차적인 순환의 상을 나타내고, 마지막으로 처음과 끝을 '일시무시일'과 '일종무종일'로 처리함으로써 삼차적인 순환의 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경문의 삼중순환구조는 천지인 삼극분화에 따른 우주만물의 순환구조를 나타내는 적절한 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이하고도 오묘한 구성을 하고 있는 천부경의 도를 한 마디로 표현해 집일함삼(執一含三)ㆍ회삼귀일(會三歸一)의 사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6. 천부경의 참뜻은 대원일에 있다.
<단군세기>에는 세상사의 근본이 나 자신을 아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역설하면서, 그렇게 하려면 먼저 '삼신이 하나라는 이치(三神一體의 道)'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신이 하나라는 이치는 천지만물이 생성하여 발전하다 소멸하는 그 모든 작용의 원리가 근본적으로 하나이며, 또한 거기에서 유래된 우리 인간의 성품 역시 그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는 일(一)과 삼(三)으로 표현되는 천부경의 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삼신일체의 도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원일(大圓一)'의 도라 부를 수 있다. <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에는 만물의 본뜻이 '대원일'에 있다고 표명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건대 삼신이 하늘나라에 살며 만물을 창조하고, 환인이 사람을 가르쳐 의(옳음)을 세우니 이로부터 자손이 대대로 이어 전하고 현묘한 도를 깨달으며 빛나고 밝게 세상을 다스리사, 이미 천ㆍ지ㆍ인 삼극이 있었고, 대원일 이것이 만물의 본뜻이 되는 것인즉 하늘 아래 구환(九桓)의 예악이 어찌 삼신 고제의 풍속에 있지 않겠는가?"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
이 글을 보면, 만물 즉 천지인 삼극을 만드신 이가 삼신이며, 만물의 도가 현묘지도(玄妙之道)로서 그 본뜻은 대원일에 있다는 것이다. 이로 볼 때 천ㆍ지ㆍ인 삼극에 대해 다루고 있는 <천부경>의 도는 대원일과 다른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천부경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필히 대원일의 뜻부터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지름길이라 하겠다. <태백일사>에 따르자면, 대원일이란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만물의 본뜻이자 정신으로서 천ㆍ지ㆍ인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큰 본성과 기능(일)과 덕목을 말한다.
즉, 참되고 둥근 하늘의 도를 바탕으로 해서 저장하고 기르는 땅의 도가 나오는 것이며, 하늘과 땅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사람은 하늘의 참된 조화(造化)의 원리와 만물을 기르는 땅의 교화(敎化)의 원리에 근거해서 세상만물을 바르게 다스리는 치화(治化)의 원리에 입각해서 세상에 참된 하늘의 이치를 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상고시대의 다스림의 철학은 이러한 대원일의 원리에 따라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바로잡혀 있었으며, 세상의 근본 질서인 부도(父道)와 사도(師道), 그리고 군도(君道) 역시 이에 부합하여 체계화되어 있었음을 <환단고기>의 기록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상고시대의 철학과 사상이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치밀하였으며, 무서울 정도로 천도(天道)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7. 맺음말
천부경을 비롯하여 <삼일신고>와 <참전계경> 등 민족 3 대 경전은 천지인 삼신일체 사상(삼신사상)을 담고 있는 민족 정신의 뿌리로서, 좁게는 개인적 수행에 의해 천인 합일의 지극한 경지에 이르게 하는 참된 깨달음의 경전이기도 하면서, 넓게는 세상만물을 삼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광정(匡正)시키는 원리가 담겨있는 진리의 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인류문명을 끝없는 야만과 멸망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대서양의 물질 과학문명에 대해 우리가 반드시 복원시켜야 할 대안 사상이자 대안문화로서 중일(中一)과 조화의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생활화가 실현될 때 우리 민족은 광명세계의 주역이자 모든 인류의 공복으로 세계무대에 다시 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 바이며, 바로 여기에 홍익인간 정신의 원천인 천부경의 현대적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동이학교 강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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