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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되는 큰 수레 이름 : 조문배 추천수 : 17 날짜 : 2001-10-25 오후 3:00:09 조회수 : 364 제 9장 머무는 바 없이 빈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큰 수레 유마거사의 천둥과 같은 침묵 앞에서 우리는 육바라밀을 통해서 보살의 원과 실천을 어떻게 전 개해야 하는지 알아보았습 니다. 여기서 우리는 대승불교가 보여주는 사상을 정리할 수 있 습니다. 그것은 세속과 열반, 혹은 생사와 열반, 선과 악, 유와 무가 주객이 공한 바탕을 이루 어 일체의 분별이 끊어지고 차별이 없는 절대한 '하나'의 체험을 원천으로 세워진 진리입니 다. 이 절대한 '하나'를 불이 라고 합니다. 불이법이란 둘이 아닌 진리, 궁극적으로 하나인 진 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 기에서 하나라는 것은 숫자로서의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숫자 의 차원을 뛰어 넘는 '하나'입 니다. 즉 상대적인 모든 차별이 끊어진 절대적 세계입니다. 그것 은 언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각으로도 그리기 힘든 것입니다. 언어나 문자, 생 각 등은 상대적인 세계를 표 현하는데 적합한 표현 수단일 뿐이며, 절대적인 진리를 나타내는 데는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 다. 왜냐하면 그 '하나'인 세계는 체험을 통해서 확연히 알수 있 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서 어떤 때는 말로 길게 설명을 하기보다는 침묵하는 것이 더 효 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유마거사의 침묵을 들 수 있습니다. 유마거사가 병이 들자 문수보살은 그 병문안을 위 해 부처님의 십대 제자들을 거느리고 거사를 방문하였습니다. 병 문안을 마친 후 진리에 대 한 문답이 있었는데, 그 때의 주제가 바로 불이법인 '하나'의 진 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부 처님의 제자들이 '하나'의 진리에 대하여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이렇게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고 차례로 돌아가면서 장광설을 펼쳤습니 다. 이윽고 문수 보살의 차례 가 되었습니다. 문수 보살은 그 '하나'인 진리는 도저히 말로 표 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 니다. 다시 문수보살은 유마거사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거사는 하나의 진리를 어떻게 이해 합니까?' 그 때 유마거사는 침묵만 지켰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침묵을 보고 문수보살과 십대제자들은 참으 로 훌륭하다고 찬양했습니 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유마거사의 침묵입니다. 후세의 사람들 은 이 침묵을 천둥 같은 침묵 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역설적인 표현입니 다. 침묵은 침묵이지만 천둥같 은 침묵이라고 하였으니, 그야말로 장광설을 능가하는 침묵이라 고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침 묵은 설명중의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이의 진리는 언설 을 떠나 절대한 체험의 세계 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불교는 항상 언어나 논리의 겸손을 강조 하고 있습니다. 언어나 문자, 논리 등은 기껏해야 '하나'인 진리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합 니다. 그래서 선에서는 하나 인 진리를 말 할 때는 할을 하거나 방을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 면 스님이 '도대체 진리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을 때, 대답대신 '악'하고 고함을 친다든 가, 아니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몽둥이로 내려 친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모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진리를 들어 보 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 상대적인 세계의 언어나 사량분별 을 초월케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 '하나'인 진리, '하나'인 바탕은 본래 이름도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름 역시 언어 차원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름이나 설 명이 없이는 서로간의 의사 소통없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항상 사물보다 이름을 붙이고 설명을 하는 것입니 다. 그러나 이름이나 설명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원효 스님 같 은 분도 그 하나인 바탕을 일 심, 즉 '하나의 마음'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다만 잠시동안 설명을 위해 억지로 붙인 이 름일 뿐이라고 강조하십니다. 실제로 대승불교에서는 이것을 공 , 진여 ,일심, 진심 등 여러 가지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직지사 조실 관응 큰스님께서는 법문에서 늘 하나인 바탕을 하나인 생명자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하나가 모든 곳으로 통해 있고 그 자리 로부터 참 생명이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 지 이름으로 불러 줄 수 있는 것도 그것이 본래 이름이 없는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름 이 정해져 있는 것이면 다른 이름이 필요가 없을 텐데, 본래 이름조차 끊어진 바탕이다 보니 여러 이름이 붙게 되었던 것입니다. 진리는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바탕이고 언설을 떠난 체험이 지만 우리 중생들을 상대해 서 표현할 때는 다른 방법보다도 역시 말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 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 이 모두 유마거사의 침묵을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입니다. 그러므로 언설로 설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승경전을 보면 그 '하나'인 바탕을 설하는 대목의 말씀들은 독 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잘 터득해야만 대 승경전을 잘 이해할 수가 있 습니다. 하나인 진리가 표현될 때 나타나는 특성을 살펴보면 첫 번째 특성은 부정의 언어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무엇이 아니다, 아니다 하는 말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 면 반야심경은 비록 2백여자 밖에 안되는 짧은 글이지만 20번이 넘게 아니 불자, 혹은 없을 무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자재 보살이 깊은 반야 바라밀을 행 할 때에 '나'르 구성하고 있 는 색.수.상.행.식의 다섯가지가 실은 다 공하다는 사실을 분명 하게 깨쳤다고 합니다. 반야심경은 깨친 공한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 그 소식 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 습니다. 즉 공은 생도 아니고 멸도 아니며,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늘어나 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이것은 모두 '무엇 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다'라는 부정의 언어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생멸, 구정, 증감 등의 상대 적인 표현을 쓰고 있지만 그 런 모든 것을 초월한 바탕, 상대적인 것을 뛰어 넘는 자리가 바 로 공이라는 체험이지요, 진 리의 세계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 특성은 역설입니다. 얼핏 논리에 맞지 않는 이상한 말처 럼 느껴지는 표현 방법이지 만, 그 역시 '하나'안 진리 자체가 논리도 끊어진 바탕이기 때문 입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과 공에 대한 표현은 알쏭 달쏭합니다. 색은 공과 다르지 않 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며, 또한 색은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다라는 것입니다. 색은 책, 라디 오, 연필, 사람 등 현상이 있 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공은 형체를 떠난 것이지 이러 한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은 곧 공이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책이 라디오요, 라디오가 연 필이요, 연필이 곧 사람이라 는 것입니다. 공은 평등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체계는 일반적으로 이해 가 잘 안됩니다. 단지 사람은 사람이고 연필은 연필이고, 또 있 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일 뿐입니다. 있는 것이 바로 없는 것이고, 없는 것 이 또 있는 것이라니, 형식 적인 논리로 보면 좀처럼 이해가 안되는 역설입니다. 그러나 하나인 바탕은 표현이 불가능한 체험이기 때문에 그래도 표현하려 할 때는 부정의 언어, 역설의 논리가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역설이란 '연필은 연 필이 아니다'라고 함으로써 '연필이다'라고 하는 논리를 떠난 역 설입니다 대승경전에는 이런 역설이 수없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역설과 부정의 표현이 바로 하나인 체험, 하나인 진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대목을 보면 '이것이 하나인 체험의 세계 를 이야기하는 것이구나'하 고 알아야 합니다. 또한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대목은 논리나 언어를 떠나서 이해 하라는 말이구나. 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세계의 다른 종교 문헌에서는 이러한 역설을 빛과 어둠의 대비 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상 대적인 모든 것이 빈 면은 캄캄한 밤중과 어둠으로 상징되고, 반 면에 일체의 모든 것이 차 있고 살아 움직이는 면은 빛으로 상징됩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빛은 어둠이 없는 세계이고 어둠은 빛이 없는 세계를 가리킴니다. 그런데 '하나'인 바탕, '하나'인 진리는 빛과 어둠이 동 시에 함께하는 역설적 바탕입니다. 그래서 초논리적인 것이며 이 것은 빛과 어둠의 역설이라 고 합니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은 우리의 마음을 가리켜서 공 적 영지심이라고 했습니다. 이 것이 바로 빛과 어둠이 하나라는 역설을 잘 함축하고 있는 표현 입니다. '공적하다', '텅 비어 있고 적적하다'는 것은 일체의 대립적인 모든 것이 다 멸했기 에, 일체의 움직임도 끊어진 적 적한 바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환히 모든 것을 비추 어 볼 수 있는 신령스런 바 탕이 나타나는 경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공적이 캄캄한 어둠이라 면 영지는 환히 밝은 광명 입니다. 이렇게 공적영지는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하는 '하 나'의 바탕입니다. 따라서 이런 역설의 바탕은 사량분별이나 논리로 따져서 얻어지기 보다는 마 음을 텅 비우는 수행을 통해 서 체득되는 것입니다. 종교체험을 다루고 있는 종교학자들은 하 나인 궁극적인 종교체험을 가장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종교가 바로 불교라고 단정하고 있 습니다. 왜냐하면 불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표현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논리를 뛰 어 넘는 역설적인 표현방법 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인들은 자꾸 논리화하 고 설명하려고 하는 전통을 만듭니다. 마치 그 절대한 '하나'인 진리를 언어나 논리로 충분 히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말 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이 '하나'인 진리를 표현하는 수단으 로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하나'인 바탕은 말이 끊어진 세계이 기 때문입니다. 주객과 피차가 하나인 자리 대승불교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상적으로 어느 때는 공한측 면이 강조되고 떠 어느 때는 불공한 측명이 강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하나'인 바탕의 각기 다른 면이 강조되면서 사상적 발달을 해 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승불교 초기에는 공이 사상을 주도 했고, 중기에는 불공한 측면과 적극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불성 여래의 씨앗 등 긍정적인 사 상이 발달하였으며, 마침내는 그 둘을 종합하는 사상이 전개되었 습니다. '하나'인 대승불교의 정상에서 공이라는 사상적 산맥이 뻗어나가기도 했고 불공이라 는 산맥이 다른 편으로 뻗어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이라고 하든지 불성이나 , 묘유라 고 하든지 간에 그것이 본래 뗄 수 없는 '하나'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잇지 말아야 합니다. 대 승불교는 부파불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처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새 불교운동이었습니다. 사상적으로는 연기,무상.무아 의 재확인이었고 이를 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근본불교에 따르 면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 래에서 새벽별을 보시며 큰 깨침을 이루셨는데, 깨치고 보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기하는 것이고, 무상이고, 무아였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사 물을 피상적으로만 보기 때문 에 그저 있다고 보지만 실은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연 필이 연필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나무도 있어야 하고 연필심을 만다는 흑연도 있어야 합 니다. 그리고 연필을 만드 는 공정을 거치면서 여러 사람의 손길도 필요합니다. 그런가 하 면 연필은 또 순간 순간 변 해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원히 변치 않는 연필은 존재 할 수 없습니다. 그렇 게 보는 것이 연기이고 무상이며, 무아입니다. 그런데 부파 불교 에서 연필은 인연생이어서 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연필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소들은 있 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이 른바 부파불교의 유설입니다. 이에 비해서 대승불교는 사상적으 로 어떤 것도 예외 없이 공 하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즉 연필만 공일 뿐 아니라 연필을 구성 하는 요소들 역시 공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대승불교의 공사상은 부처님의 연기설을 다시 확 인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 러므로 대승불교에서의 연기, 무상,무아라는 말과 공이라는 말 은 같습니다. 공사상은 대승불 교 초기에 제일 먼저 발달된 사상으로 부파불교의 유사상을 혁파 하는 대승불교의 대명사처 럼 되었습니다. 이 공사상을 중심 내용으로 한 대승불교의 경전 이 반야경입니다. 우리 나라 에서 많이 독송되고 있는 금강경과 반야심경도 이 반야경에 속하 는 경전들입니다. 6백권의 반야경을 압축해 놓은 것이 금강경이고 그것을 다시 핵 심만 추려 2백여자로 표현 한 것이 반야심경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금강경과 반야심경의 내 용들은 대승의 공사상을 유 감 없이 표현하고 있는 중요한 경전입니다. 여기서 , 우리가 염 두해 두어야 할 것은 이론이 나 단순 사상이 아니라 깨침이라는 체험을 바탕으로 그 깨친 눈 에 비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반야심경의 서두에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 다. 조견 오온개공이라고 했는데,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비추 어 보았다는 말입니다. 견이란 깨침이라는 말과 통합니다. 조견이란 밝게 깨쳤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관자재 보살이 깊은 바라밀을 수행하다가 깨친 사실입니다. 공의 체험, 즉 각의 체험 을 말한 것입니다. 그 체험 과 깨침은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인 깊은 바라밀행을 실천 하는 과정에서 왔다는 것입 니다. 이러한 체험의 세계는 그 다음 대목을 보면 더욱 잘 나타 나 있습니다. 도일체고액 이 라고 했습니다.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깨쳤으므로 일체의 모든 괴로움, 생.노.병.사의 사고와 팔고 등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론이나 말로는 그렇게 될 수 가 없 습니다. 공을 확실히 깨쳤을 때에 나고 죽는 문제를 비롯한 모 든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금강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릇 있 는 바 모든 것은 허망하니, 만 약 모든 현상을 현상 아닌 줄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고 했습 니다. 곧 모든 존재하는 것 이 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곧 여래를 보리라는 것입니다. 이 는 달리 해석해서 보는 순간 그대로 부처가 되리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공은 우리를 해탈케 하는 각의 체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은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비추어 보아 모 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났 다고 하는 반야심경의 내용과 일치합니다.
